1.

2.

´ㅅ`

여러 부정적인 생각들은 하나의 중심적인 부정적 생각을 드러내 보인다. 그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멋지고 소중한 꿈을 다른 것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너무 좋지만 당신 자신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에 당신이 지불할 수 없을 정도의 가격표를 고안해낸다는 말이다. (예: 아티스트가 되면 친구들과 가족들을 저버리게될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날것이다, 돈을 못 벌 것이다, 너무 늦었다 등) (중략)하지만 아티스트로서도 충분히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당신을 막고 있는 장벽은 당신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란다. 그것의 공격계획은 당신이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결과를 떠올리고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략)
창조성이 막혀있는 우리는 종종 경기장 밖에 앉아서 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을 비판한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보고 "저 사람은 재능이 없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말이 옳을 수도 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아티스트를 중심무대에 올려 놓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용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창조성이 막혀 있는 우리는 무대에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짜에게 적대감을 품곤 한다. 이것은 단순히 질투가 아니라, 우리를 더욱더 현재 상태에 머물도록 하는 발뺌 전술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건만 갖춰지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No. 000037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경당
2025/04/02

(중략)실현하고픈 꿈과 실패에 대한 두려운 사이에서 그림자 아티스트가 태어난다. (중략)
그는 좀 더 창조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며 그가 감히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략)
그림자 아티스트는 예술의 언저리에서 그 평행선에 있기는 하지만 예술 그 자체는 아닌 그림자 경력을 선택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비평가이자 감독이이었던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비평가란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감독"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중략)
소설을 쓰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신문이나 광고 계통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중략)
우리는 다윈의 결정론을 잘못 해석하고는, 진정한 아티스트라면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정말 바보같은 이야기이다.(중략)
그림자 아티스트에게 삶이란 잃어버린 목적과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가득 찬 불만스러운 경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글을 쓰고 싶어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연기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싶어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한다.
(중략, No. 000027로 이어짐)

No. 000036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경당
2025/04/01

<아티스트데이트>
매주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이 시간에는 당신의 창조적인 의식과 당신 내면의 아티스트에세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아티스트 데이트에는 당신 자신과 내면의 아티스트, 즉 당시의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 외에는 아무도 데려가서는 안 된다.
만약 이것이 어리석은 일처럼 느껴지거나 그런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그런 반응을 저항이라고 규정하자. 당신은 아티스트 데이트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지 않다. (중략, No. 000025로 이어짐)
- 예술의 샘 채우기
창조를 위해 우리는 내면의 샘에서 물을 긷는다. 예술성이 저장되어 있는 이 내면의 샘은 물고기가 가득 찬 연못과 같은 곳이다. 우리는 이 예술적 생태계를 잘 보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샘은 다 말라버리거나 썩어버리거나 혹은막혀버리고 말것이다.
(중략)아티스트로서 우리는 자신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의식적으로 민첩하게 창조성의 자원을 다시 채워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예술의 샘 채우기'라고 부른다. (중략)예술의 언어는 이미지,즉 상징이다. 말로 해야 할 예술에서조차도 그 언어는 말없는 언어이다. (중략)예술작업을 할 때 우리는 경험의 샘에 뛰어들어 이미지들을 건져낸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지를 다시 갖다 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중략무엇이든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건드려 본다. (중략)샘은 채울 때는 마법을 생각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생각해야 한다. 의무는 절대 생각해선 안된다. 억지로 읽어야 하는 지루한 비평서는 멀리 치우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흥미 있는 것을 한다. 그리고 미스터리에 대해 생각해보자. (중략)미스터리는 아주 간단할 수도 있다. 날마다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면 무엇이 보일까? (중략) 어쩌면 그보다 더 단순할 수도 있다. 이 향을 태우면 어떤 향이 날까? (중략)스필버그는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을 때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교통의 흐름을 타면서 계속 변하는 이미지의 흐름에 빠진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이미지는 예술적 두뇌를 자극하고 샘을 채운다.

No. 000036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경당
2025/03/31

창조성 회복 과정에는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두 가지 중요한 도구가 있다.
<모닝 페이지>
당신은 앞으로 몇 주 동안(훨씬 더 오래 하길 바라지만) 날마다 모닝 페이지를 쓸 것이다. 나는 모닝 페이지를 10년 가까이 계속 써오고 있다. 그렇다면 모닝 페이지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어가는 것이다. "어휴, 또 아침이 시작되었군. 정말 쓸 말이 없다. 참, 커튼을 빨아야지. 어쩌고 저쩌고……." 모닝 페이지를 저급하게 말하면 두뇌의 배수로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것이 모닝페이지가 하는 커다란 역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잘못 쓴 모닝페이지란 없다. 매일 아침 쓰는 이 두서없는 이야기는 세상에 내놓을 작품이 아니다. 일기나 작문도 아니다. 아주 사소하거나 바보같은 내용이라고 모두 적을 수 있다. 모닝 페이지는 멋있게 쓰는 것이 아니다. 가끔 멋있게 쓰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글 쓰는 당신 말고는 아무도 내용을 모른다. 당신 외엔 아무도 당신의 모닝페이지를 읽어서는 안된다. 당신도 처음 8주 동안에는 자신의 모닝 페이지를 읽으면 안된다. 모닝 페이지는 밝은 내용일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내용일 수도 있고,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할 때도 있고,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는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괜찮다. 어떤 것이든 그냥 매일 아침 세 쪽을 쓰는 게 중요하다.
(중략)검열관은 쉼 없이 이렇게 말한다. "그걸 글이라고 쓰냐? 웃기네. 지금까지 못 끝냈다면 앞으로도 절대 끝내지 못할걸. 너는 대체 뭘 믿고 네가 창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제부터 검열관의 이런 부정적인 의견은 진실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습관을 갖자. 검열관은 혼자 비평하라고 내버려두고(그래도 계속 떠들어대겠지만) 계속 손을 움직여 글을 써내려간다. 검열관은 당신의 약점을 공격하길 좋아한다. (중략)어떤 이들은 자기 부모의 사진을 붙여놓고 자신의 검열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검열관은 결코 이성적인 목소리가 아니며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사람들이 모닝 페이지를 왜 쓰냐고 물으면, 나는 다른 한 쪽 면에 이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모닝 페이지는 자신이 갖고 있는 두려움과 부정적인 사고의 다른 면으로 우릴 이끈다. 검열관의 간섭이 닿지 않는 곳으로 말이다.

No. 000035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경당
2025/03/30

싯다르타는 그 정원의 대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기를 이 장소까지 오게끔 내몰았던 욕망이 어리석은 욕망이라는 것을, 자기가 아들에 집착하고 애착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도망친 아들에 대한 사랑을 마치 하나의 상처처럼 가슴속 깊이 느꼈으며, 이와 동시에 이 상처가 결코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쑤셔놓으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상처가 장차 틀림없이 활짝 꽃을 피우고 빛을 발하게 되리라는 것을 느꼈다.

No. 000034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185p, 민음사
2025/03/29

(중략)연약하고 무구하기도 해. 풀리지 않는 퀴즈 문제처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묘하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거야. 물론 난 아직 너를 표면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지만……"
나는 불편해져서 웃었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자기 식대로 규정하면 나는 포획된 이미지처럼 꼼짝없이 그런 사람일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내면을 설명할 도리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나…… 나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나란 존재의 경계는 열려버리고 자신이라고 믿는 것이 점점 더 허구가 되어버린다. 단지 '너'가 아니기 때문에 '나'인 것만 같은, 세계와 타인 사이의 경계막, 살려고 하는 또 하나의 맹목적 의지, 질서를 부여해야 하는, 두서없이 뒤섞인 욕망의 덩어리, 혼자 있을 곳을 찾아 헤매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비극적인 이중 도주.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모든 인류가 하나로부터 파생된 조각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사실 이 세계는 하나일 뿐이고 개체들이란 그 하나가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는 거대한 생물의 한 점들과 같이 부분들을 수행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은 너도 나이고 할머니도 나이고, 동생도 나이고, 선생님도 나이며 엄마도 나이고 이웃사람이나 거리의 행인도 나인 것이 아닐까.

No. 000033
전경린,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60p, 문학동네
2025/03/24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정해진 대본으로 연기를 한다는 걸 깨달았어. 서로 대본을 모르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할 수 없어서 어긋나거나 스치고 말아. 말이 안 통하네, 마음이 안 통하네, 이해가 안 되네, 수준이 다르네 하면서. 너의 대본에 대해 나는 몰라,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로의 대본을 알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자기가 아는 대본대로만 연기하도록 요구하는 거야. 더 이상하거나 다르면, 크게 속았다고 생각하지. 서로를 자기 대본 속에 가두려고 혈안이 되는 거야.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는 평생 하나의 대본의 틀 속에서 갇혀 살아가. 같은 대사, 같은 동선, 같은 감정을 연기하면서……정말 끔찍한 감금 아니니? 난 뻔한 대본 속에 갇히지는 않을 거야. 진짜 삶을 살거야. 진짜 삶은 조각조각 찢긴 대본처럼 불안정할지 모르지만, 그건 자신에 대한 발견이야.
죽었다가 깨어나도 이 세계와 타인과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와의 소통조차 평생이 걸려도 쉽지 않지.

No. 000032
전경린,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173p, 문학동네
2025/03/23

밴드는 <네온 포레스트>를 연주하고 있었다. 누군가 내 등을 후려치면서 말했다. "이봐, 너 머리가 돈 것 아니야?" 나는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포고잉(pogoing)을 계속했다.
'아메리카는 영혼을 지키기 위해 마약을 한다'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이기 팝이 내 눈을 똑바로 보았다. 다만 이기는 '아메리카'를 '스코틀랜드'라고 노래했다. 보라, 우리에 대해서 단 한마디로 이렇게까지 정확히 묘사한 인간이 과거에 있었는가?
나는 무도병(얼굴, 손, 발등의 근육이 저절로 심하게 움직이는 병)에서 깨어나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강렬한 경외심을 품고서 이기 팝을 응시했다.그러나 그의 눈은 이미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No. 000031
어빈 웰시, 『트레인스포팅』, 107p, 자음과 모음
2025/03/11

렌츠는 돌멩이를 집어서 다람쥐에게 던졌다. 돌멩이가 다람쥐의 바로 옆을 스쳐갔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서 한순간 심장이 멎었다. 렌츠가 미친 듯이 웃으면서 다시 또 돌멩이를 주우려고 해서 나는 그를 가로막았다.
"좀 내버려 둬, 저 다람쥐는 아무한테도 해를 끼치지 않잖아!" 나는 마크가 함부로 동물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하는 것이 싫었다…… 그런 짓을 하면 안 되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다른 동물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그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람쥐는 굉장히 귀여운 동물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자유로운 동물이다. 렌츠는 그래서 다람쥐를 싫어하는 것이다. 다람쥐는 자유롭게 살고 있으니까.

No. 000030
어빈 웰시, 『트레인스포팅』, 222p, 자음과 모음
2025/03/08

『이별 없는 세대』속 보르헤르트가 그려낸 사물의 의인화
- 녹슨 무기들은 전쟁을 꿈꾸며 램브란트의 부드러운 음영 안에 나직히 누워있다.
- 도시만이 하늘과 대지 사이에서 단조로운 소리로 일렁이고 비가 달아나버린 뒤부터 지붕은 반짝거리고 있다
- 빈혈에 걸린듯 창백한 안개가 피어올라 거리를 멤돌아 몰려든다
- 기관차 한 대가 향수에 찬 비명을 수많은 잠든 이들의 꿈속 깊이 흐느끼듯 울려 보낸다.
- 잿빛 석조 건물이 다른 집들처럼 침묵속에 서있다.
- 도시 외곽에 서리처럼 순수하고 투명하게 새 아침이 와있었다.
- 황량한 벽에 움푹 뚫린 창문이 초저녁 햇빛을 가득 받아 붉고 푸른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하고 있었다. 먼지구름이 가파르게 뻗어 있는 굴뚝 잔해 사이에서 가물거렸다. 폐허의 땅이 멍하니 졸고 있었다.
- 태양이 창살에서 손가락을 거둬들이고 밤이 사방 귀퉁이에서 기어나올 때

『이별 없는 세대』속 보르헤르트가 묘사한 인간의 사물화
- 그의 얼굴은 굶주림과 향수로 만들어졌다
- 그들은 옷과 살갗을 뒤집어쓴 채로 그런 것이 아주 귀찮다는 듯이 매달려 있었다. 옷이 그리고 살갗이. 그들은 유령이었는데, 바로 이 살갗으로 분장을 하고 오랫동안 인간 행세를 해온 것이다. 그들은 막대기에 매달린 허수아비처럼 자신들의 해골에 매달려 있었다. 자기 뇌의 조롱을 받으며 자기 심장의 고통을 느끼며, 삶에 의해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란 바람이 그들을 데리고 놀았다. 그들을 데리고 놀았다. 그들은 삶을 뒤집어쓴 채 매달려 있었고, 얼굴 없는 신에 의해 매달려 있었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신에 의해. 신은 그저 존재할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신이 그들을 삶에 매달았으므로 그들은 잠시 거기서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종탑 안에서 나지막이 소리 내는 종처럼, 바람에 부푼 허수아비처럼. 자기 자신에게, 이음매를 찾아볼 수 없는 살갗에 내맡겨진 채. 의자에, 막대기에, 탁자에, 교수대에, 헤아릴 길 없는 나락 위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의 희미한 아우성을 알아채지 못했다. 왜냐하면 신은 얼굴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신은 귀도 없었다. 신에게 귀가 없다는 것, 그들에게 그것은 가장 커다란 버림받음이었다. 신은 단지 그들을 숨 쉬게 할 뿐이었다. 끔찍하고 어마어마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숨 쉬었다. 거칠게, 탐욕스럽게, 걸신들린 듯. 하지만 고독했다. 희미할 뿐, 고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외침, 그들의 끔찍한 비명은 탁자에 함께 앉아 있는 옆 사람에게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 없는 신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탁자에 함께 앉은 바로 옆 사람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같은 탁자에 앉은 사람에게도.
- 배에 푸른 가죽띠를 두른 개들이 짖어대는 목쉰 소리였다.

No. 000029
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 문학과지성사
2025/03/01

Tatsuya Nakamura is also very impressive as the drug-dealing gang leader Idei. ‘In dreams you can kill people and never get caught,’ he says in one particularly effective moment. ‘Tokyo is one big dream.’

No. 000028
https://fictionmachine.com/2019/09/10/review-bullet-ballet-1998/
2025/02/27

당신 내면의 아티스트는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 아이를 찾아서 보호해야 한다. 창조성을 배우는 과정은 걸음마와 같다. 아티스트라는 아이도 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다음엔 걸음마를 하고, 때로는 몇 번씩이나 넘어질 것이다. 처음 그린 그림, 혼자서 대충 만든 것 같은 영화, 연하장이 무색할 정도인 처음 쓴 시……초기에 나오는 이런 결과물들이 회복기에있는 그림자 아티스트의 지속적인 탐험을 방해한다.
초기 작업물을 가지고 아티스트로서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이런 일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초기 작품을 다른 아티스트의 걸작품과 비교한다든가, 지나치게 깐깐한 친구에게 보여주어 너무 일찍 비판에 노출된다든가……한마디로 말하면 풋내기 아티스트가 자기학대를 하는 셈이다. 이것은 그림자 아티스트가 자신을 다시 그림자 속으로 몰아가버리는 자기혐오의 매와도 같은 것이다.
(중략)
아티스트로서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형편없는 아티스트가 될것을 각오해야 한다. 자신이 초보자임을 인정하고 기꺼이 형편없는 아티스트가 됨으로써 진정한 아티스트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정말로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것이다.
강의를 하면서 이 점을 지적할 때면 자신을 방어하는 적대감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아노를 잘 치게 될 때쯤에는(또는 연기를 잘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멋진 소설을 쓸 때쯤에는) 제가 몇 살이 되는지 아세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나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이제 시작해보자.

No. 000027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경당
2025/02/21

No. 00026
...
2025/02/19

당신의 창조성은 어린아이이다. 어린아이에게는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좋은 물건을 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고물상에 가보기, 해변에 혼자 가기, 옛날 영화 보러 가기, 수족관이나 미술관에 가기 등의 일을 하는 데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꼭 지켜야 할 것은 시간을 낸다는 것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부모가 이혼해 주말에만 다른 한쪽 부모를 만나는 아이를 생각해보라(주중에 당신의 창조성이라는 아이는 엄하고 무미건조한 어른의 보호 속에 있다).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은 사치스런 여행이 아니라 관심이다. 아이는 모처럼 만난 소중한 어머니나 아버지를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신의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와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기 양육에 필수적이다. 그 어린아이는 오랫동안 시골길 걷기, 일출이나 일물을 보러 혼자 해변에 가기, 찬송가를 듣기 위해 낯선 교회에 가기, 이국적인 풍물을 보러 여행하기를 즐길 것이다. 볼링이나 농구를 좋아할 수도 있다.
매주 시간을 내어 이런 아티스트 데이트를 즐겨라.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또 다른 자신을 조심해야 한다. 이 신성한 시간이 어떻게 잠식당하는지, 어떻게 제3자가 끼어드는지 지켜보고 이런 침입을 막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가 이 여행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고상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곳으로만 데리고 다닌다면, 그 아이는 "이런 심각한 것은 싫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 아이는 당신의 작품에 좀 더 재미 있는 흐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조금만 재미있어도 일을 놀이처럼 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놀이에서 발휘하는 상상력이 훌륭한 작품의 핵심을 이룬다는 걸 잊고 있다.

No. 000025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경당
2025/02/17

실낙원(失樂園)
천사는 아무 데도 없다. '파라다이스'는 빈터다.
나는 때때로 이삼 인의 천사를 만나는 수가 있다. 제각각 다 쉽사리 내게 '키스'하여 준다. 그러나 홀연히 그 당장에서 죽어버린다. 마치 수벌(雄蜂)처럼─

천사는 천사끼리 싸움을 하였다는 소문도 있다.

나는 B 군에게 내가 향유하고 있는 천사의 시체를 처분하여 버릴 취지를 이야기할 작정이다. 여러 사람을 웃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S 군은 사람은 깔깔 웃을 것이다. 그것은 S 군은 오 척이나 넘는 훌륭한 천사의 시체를 십 년 동안이나 충실하게 보관하여 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니까─

천사를 다시 불러서 돌아오게 하는 응원기(應援旗) 같은 기(旗)는 없을까

천사는 왜 그렇게 지옥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지옥의 매력이 천사에게도 차차 알려진 것도 같다.

천사의 '키스'에는 색색의 독이 들어있다. '키스'를 당한 사람은 꼭 무슨 병이든지 앓다가 그만 죽어버리는 것이 예사다.

No. 000024
이상, 『이상 선집』, 미르북컴퍼니
2025/02/08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A false ending is a device in film and music that can be used to trick the audience into thinking that the work has ended, before it continues.

The presence of a false ending can be anticipated through a number of ways. The medium itself might betray that the story will continue beyond the false ending. A supposed "ending" that occurs when many pages are still left in a book, when a film or song's running time has not fully elapsed, or when only half the world has been explored in a video game, is likely to be false. As such, stories with an indeterminate running length or a multi-story structure are much more likely to successfully deceive their audience with this technique. Another indicator is the presence of a large number of incomplete story lines, character arcs, or other unresolved story elements at the time of the false ending. These elements can leave the audience feeling that too much of the story is incomplete and there has to be more.

Film

In L.A. Confidential, it seems like the criminal case that the movie revolves around is completely closed with no loose ends until one of the witnesses admits that she lied about important details to give more importance towards the trial of the people who raped her, exposing a cover-up conspiracy. In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director Peter Jackson uses editing techniques that are indicative of endings in scenes that could be used as such, but continues until the movie finally ends. Spider-Man 3 has two false endings. Another example is in The Simpsons Movie, where, at a very climactic stage in the film, the screen fades away and says "To be continued", which is then followed by the word "Immediately." Also in The Lego Movie 2: The Second Part, at what appears to be a cliffhanger ending, a "The End" sign appears, only for Lucy (voiced by Elizabeth Banks) to break the fourth wall by insisting that the film will have a happy ending; the same sign appears again at the film's actual ending. After Evelyn (played by Michelle Yeoh) seemingly dies in the middle of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the words "The End" appear before a short portion of fake credits; this is followed by the reveal that the film was being watched by an audience in a universe where Evelyn becomes a movie star.

Some movies come to a formal ending, followed by the rolling of the credits, which is almost universally used to indicate that the film has ended, only to have the actors reappear in one or more mid-credits scenes. In comedy films, these sequences may be bloopers or outtakes. In other types of films, the mid-credit scenes may continue the narrative set out in the movie. The Marvel Cinematic Universe movies have become notorious for this, in some cases featuring a mid-credits scene and an end-credits scene in the same movie.

Music

False endings are a known device in classical music. Josef Haydn was fond of them, for example inducing applause at the wrong place in the finales of his String Quartet, Op. 33 No. 2 (nicknamed "The Joke") and Symphony No. 90. The first movement of Prokoviev's Classical Symphony contains false endings.

False endings are also a common custom in popular music. The Beatles used false endings in many of their songs, including "I'm Only Sleeping", "Get Back", "Hello, Goodbye", "Cry Baby Cry", "Helter Skelter", "Rain", and "Strawberry Fields Forever". Other songs that use false endings include Guns 'n' Roses' "November Rain", Bryan Adams'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 (full version), David Bowie's "Suffragette City", Gorillaz' "Dare", Natasha Bedingfield's "Unwritten", Foo Fighters' "Come Back", Alice in Chains' "Rain When I Die", and Beastie Boys' "Sabotage".

No. 000023
False ending, https://en.wikipedia.org/wiki/False_ending
2025/02/06

세상에 금하고 가리는 것이 많을수록
사람이 더욱 가난해지고,
사람 사이에 날카로운 무기가 많을 수록
나라가 더욱 혼미해지고,
사람 사이에 잔꾀가 많을수록
괴상한 물건이 더욱 많아지고,
법이나 명령이 요란할수록
도둑이 더욱 많아집니다.

No. 000022
노자, 『도덕경』
202X/XX/XX

모든 병의 근원은 솔직하지 못해서 생긴다. 돈을 벌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 된다. 철저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통속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돈을 벌고는 싶은데 통속적이라는 말을 듣기는 싫다 보니,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양다리 걸치기' 식의 어정쩡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상식적 지성의 수준이 특히나 낮은 한국 같은 나라에서 유명해지기는 쉽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거벗고 뛰면 된다. 그렇게 하면 근처에 있던 사람은 누구나 다 돌아보게 될 터이고, 연때가 맞아 떨어지면 벌거벗은 몸뚱이가 이튿날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실려 전국적인 화제의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발표되는 영화나 소설에도 우선 한번 쳐다보게 하기 위해 벌거벗고 뛰기를 서슴지 않는 것들이 많다.

No. 000021
마광수, 『인간』, 91p
202X/XX/XX

인류 최초의 문화인(또는 예술인)들은 집단으로부터 소외된 소수의 병자들이거나 허약자들이었다. 그들은 몸이 약해 사냥을 할 수 도 없었고 싸움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동료들의 천대를 받으며 낮에는 동굴에 남아 심심풀이로 벽화를 그리고 밤에는 동료들에게 노래

No. 000020
마광수, 『인간』, 20p
202X/XX/XX

인간은 실로 인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얼마나 애를 썼나, 하늘도 쌓아 보고 지옥도 파 보았다. 그리고 신도 조각하여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땅 이외에 그들의 발 하나를 세울 만한 곳을 찾아내지 못하였고 사람 이외에 그들의 반려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들은 땅 위와 사람들의 얼굴들을 번갈아 바라다 보았다. 그러고는 결국 길게 한숨 쉬었다.
' 벗도 갈 곳도 없다─. 이 괴로운 몸을 그래도 이 험악한 싸움터에서 질질 끌고 돌아다녀야 할 것인가─. 그밖에 도리가 없다면! 사람아 힘 풀린 다리라도 최후의 힘을 주어 세워 보자. 서로서로 다 같이 또 다 각기 잘 싸우자! 이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있을 따름이고나─.

No. 000019
이상, 『12월 12일』
2025/01/30

이내 원주민들이 큰 소리로 하품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자 스트릭랜드와 저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 밤의 적막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포머터 군도의 섬에는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그처럼 완벽한 정적은 없었습니다. 수많은 짐승들이 해변 위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소리, 작은 조개류가 끊임없이 기어다니는 소리, 또한 참게들이 종종걸음으로 분주히 돌아다니며 내는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리지요. 그리고 때로는 초호에서 물고기들이 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자기들 생명을 건지기 위해 허겁지겁 도망치는 고기들의 뒤를 쫓는 갈색 상어의 요란한 물튀기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호초에 부서지는 파도의 거친 소리는 세월의 흐름처럼 변함없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그곳에선 정적뿐이었습니다. 주위엔 밤의 하얀 꽃들의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밤이어서 영혼이 자신을 감금시키고 있는 육체를 부수고 나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영혼이 무형의 대기 위로 둥둥 떠다니고 싶은 기분이었고 죽음마저 사랑하는 옛친구의 모습일 것 같았습니다.

No. 000018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318p
2025/01/29

그녀의 남편은 주유소 앞에 차를 세우더니 주유소 조수에게 가솔린을 채워달라고 했다.
"들꽃 씨앗을 원하십니까? 조수가 말했다.
"아니" 남편이 말했다. "가솔린만 넣어주시오."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조수가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가솔린과 함께 들꽃 씨앗도 나눠주고 있거든요."
"좋소." 남편이 마지못해 대꾸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들꽃 씨앗을 조금 주시오. 하지만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차에 가솔린을 채워넣는 일이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바로 가솔린이니까."
"그것들은 선생님의 정원을 환하게 해줄 겁니다."
"가솔린 말이오?"
"아니 꽃 말입니다."
그들이 노스웨스트로 돌아와서 씨앗을 심었더니 캐나다 엉겅퀴가 피어났다. 내가 해마다 그것들을 잘라냈지만, 그것들은 어김없이 다시 자라나곤 했다. 화학약품까지 뿌리는 수고를 들였건만, 그것들은 봄만 되면 어김없이 땅속에서 솟아났다.
우리의 저주는 그 식물의 뿌리에게 일종의 음악이 되었다. 가지를 도끼로 쳐내는 것은 그 엉겅퀴에게 하프시코드를 연주해주는 것과 같았다. 캐나다 엉겅퀴는 실로 끈질기게 자신의 존재를 그곳에 존속시켰다. 고맙다, 캘리포니아여, 이렇게도 아름다운 야생화들을 주어서.
나는 매년 그 들꽃을 도끼로 찍어냈다.

No. 000017
리처드 브라우티건, 『미국의 송어낚시』, 180p
2025/01/24

'같이' '처럼' '듯이'를 절대로 피할 것은 없겠지만 남용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구식이라기보다 천속(賤俗)해지기 때문이다.

No. 000016
이태준, 『문장강화』
2025/01/19

여자가 말했다. "이런 일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매우 부자이지요. 롤스로이스가 3,859대나 있답니다." 그 여자는 매우 아름다웠고, 그녀의 육체는 뼈로 된 바위와 숨겨진 신경조직들 위를 흐르는, 피부와 근육으로 된 산 속의 투명한 강물과도 같았다.
"자 이리오세요." 그녀가 말했다. "어서 내 몸속으로 들어와요. 우리는 둘 다 물병자리 태생이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구두와 옷을 벗었다. 그 남자는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 여자의 몸은 옆에서 옆으로 가볍게 움직였다. 달리 내가 할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내 육체는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팽팽하게 뻣어 있는 전화선 위에 앉아있는 새와도 같았고, 구름들이 그 선을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나는 그녀와 섹스를 했다.
그것은 막 1분이 되기 전의 영원한 59초와도 같았고 아주 수줍게 느껴졌다.
"좋았어요." 내 얼굴에 키스하며 그녀가 말했다.
그 남자는 아무런 말도, 아무런 동작도, 아무런 감정도 표시하지 않은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는 부자였으며 3,859대의 롤스로이스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얼마 후 그녀는 다시 옷을 입었다. 그리고 그 남자와 함께 방에서 나갔다. 그들은 계단을 내려갔으며, 그들이 막 출입구를 통해 나가려 할 때 나는 그 남자가 하는 말을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저녁식사는 어니스 레스토랑에서 하는 게 어때?"
"글쎄요." 그녀가 말했다. "저녁식사를 생각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네요."
그러자 문이 닫혔고, 그들은 사라졌다. 나는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내 육체는, 기능적인 배경음악의 실험에서처럼, 부드럽고 느슨해진 느낌이었다.

No. 000015
리처드 브라우티건, 『미국의 송어낚시』, 63p
2025/01/18

'과하게 디자인 하지 않는다' '디자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디자이너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과한 디자인이라는 말은 다르게 표현하면 유행을 좇는 디자인을 말한다. 전문가인 디자이너도 이 점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무언가와 비슷해진다. 그러면 그 비슷한 무언가와 차별점이 사라져 어딘지 '비슷한 물건이 넘쳐나는' 상태가 된다. 디자이너는 역시 무의식적으로 과하게 균형을 잡아 아름답게 돋보이는 디자인을 한다. 그런 제품이 모이면 모일수록 아무래도 비슷해진다. 재미있는 세계다. ⋯일본 술 라벨 대부분은 서예가가 쓴 붓글씨다. 서예가에게 정석대로 써달라고 하면 글씨를 잘 쓰는 중학생에게 부탁한 듯한 평범한 붓글씨가 된다. 따라서 서예가는 다루기 어려운 긴 털로 만든 붓으로 쓰거나 왼손으로 쓰기도 하고 초등학생 아들에게 대신 쓰라고도 한다. 글자면서 글자가 아닌 부분을 노린다는 말이다.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디자인에도 같은 이야기를 적용할 수 있다.

No. 000014
나가오카 겐메이,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148p
2025/01/17

가격을 내리는 게 맞을까요?"
내가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내 대답은 이렇다. "만든 제품에 자신이 있다면 그 이외의 나머지는 수준 높은 의식으로 정돈해야 합니다. 이번에 손님이 그런 이야기를 한 데는 제품을 보고 그 이외의 환경과 무의식적으로 비교해 나온 결과는 아닐까요?" 그 이외의 나머지란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이거나 대충 만든 집기 혹은 그때 입었던 옷, 매장과 잘 어울리지 않는 음악, 어쩌면 손님 응대일 수도 있다. ⋯가게가 더러우면 의식이 낮은 무던한 손님을 불러들인다. 의식이 높은 손님은 애초에 그곳에 발길을 하지 않거나 두 번 이상 가지 않는다.

No. 000013
나가오카 겐메이,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188p
2025/01/17

7만 엔이었다. 만듦새는 아주 별로라고 할까, 질 좋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런 옷을 찾아왔다!' 그저 이런 생각만 강하게 들었다. 물론 가격을 보지 않았으니 살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비싸 봐야 2만 엔 정도 할까. 허리는 벨트가 아니라 피융 하고 소리가 날 듯한 고무로 되어 있었다. 체육복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날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달까, 정확히는 '감동'했다. 이런 옷을 이 가격에 파는 꼼데가르송의 가와쿠보 레이 씨에게 말이다. 가게를 경영하니 내 매장에서 팔리는 물건과 팔리지 않는 물건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안다. 아무리 롱 라이프 디자인에 부합하는 조명 기구라 하더라도 가격이 비싸면 우리 가게에서는 아직 잘 팔리지 않는다. 사람은 '사야만 하는 장소'를 잘 감지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브랜드의 세계관'이나 '전문 지식을 지닌 접객'이 없으면 비싼 것은 잘 사지 않는다. 가령 우리 가게에서 60만엔 짜리 롤렉스 시계는 팔리지 않는다. 광고를 한다. 패션쇼를 할 장소를 신중하게 고른다. 주제를 정하고 모델을 선정해 옷을 만든다. 판매 공간의 위치와 인테리어, 고객 응대 방식, 쇼핑백 등 모든 세계관이 하나로 수렴된다. 그제야 브랜드의 매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매력에 걸려든 나는 아주 쉽게 7만 엔짜리 바지를 산다.

No. 000012
나가오카 겐메이,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140p
2025/01/17

'눈 온 벌판은 희다.' 이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김아무개도 할 수 있고 이 아무개, 박아무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다. 눈이 흰 줄은 누구나 다 아는 지식이기 때문에.
개념이나 지식으로만 글을 써서는 안된다. 눈이 희다거나 불이 뜨겁다는 개념, 지식은 다 내버려도 좋다. 눈이 한 벌판 가득히 덮였으니 보기에 어떠한가. 흴 것은 물론이다. 눈이 희다 검다가 문제가 아니다. 흰 눈이 그렇게 온 벌판을 덮어 놓았으니 보기에 어떠하냐, 어떤 정서가 일어나느냐, 즉 눈 덮인 벌판에 대한 느낌이 어떠하냐. 그 느껴지는 바를 적을 것이다.

No. 000011
박태준, 『문장강화』, 256p
2025/01/10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아름답구나!' 하는 것은 자기의 심리다. 자기의 심리인 '아름답구나!'만 써가지고는, 독자는 아무 아름다움도 느끼지 못한다. 독자에게도 그런 심리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풍경이 아름다운 까닭을, 즉 하늘, 구름, 산, 내, 나무, 돌 등 풍경의 재료를 풍경대로 조합해서 문장으로 표현해주어야 독자도 비로소 작자와 동일한 경험을 그 문장에서 얻고 한가지로 '아름답구나!' 심리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제재의 현상을 문장으로 재현하는 것이 묘사다.
묘사의 요점으로는,
(1) 객관적일 것, 언제든지 냉정한 관찰을 거쳐야 할 것이니까.
(2) 정연할 것, 시간상으로나 공간상으로 순서가 있어야 전체 인상이 선명해질 것이니까.
(3) 사진기와는 달라야 할 것, 대상의 요점과 특색을 가려 거두는 반면에 불필요한 것은 버려야 한다.

No. 000010
이태준, 『문장강화』, 249p
2025/01/10

지원해 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면접대상자만 4월 24일 월요일 오후 4시 까지 개별 연락드리겠습니다. 개인 스튜디오가 감당하기엔 지원자가 너무 많아 개별적으로 연락을 다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포트폴리오에서 탈락한 가장 큰 이유는 A스튜디오, B스튜디오 스타일의 유사성, 이미 그 스타일을 독보적으로 잘하는 두 스튜디오가 있는데 그보다 못한 아류에 사람들이 돈을 쓰지는 않습니다. 파스텔톤 사진 위에 캘리만 올린다고 영화 포스터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설프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더더욱 드러내야 하는 요즘입니다. 두 번째는 독백. 포스터는 보는 대상이 존재합니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좁고 어설픈 취향을 자신의 개성으로 착각하는 작업은 테크닉이 정말 뛰어나거나 시대의 주류와 반하는 고집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독백하려면 우렁차게라도 해야 합니다. 중얼거리지 말고. 아쉽게도 많은 분이 위 2가지 기준으로 서류에서 많이 탈락하였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살기 위해선 내가 가진 밑천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뜨거운 열정 남들과 다른 취향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필요한 자질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정성스러운 포트폴리오를 본 대가로 왜 포트폴리오가 매력적이지 않은지 짧게라도 이야기 하는 게 도의라 생각하여 주제넘게 사족을 붙였습니다. 개성을 가지고 자기도취와 자기객관화를 왔다 갔다 하면서 포토샵의 경험보다 몸과 마음으로 부딪히는 경험을 더욱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보편의 삶에서 벗어난 길을 선택한 여러분들의 용기와 모험심 호기심이 결국 여러분을 흥미로운 삶으로 데려다 줄거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No. 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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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0

배우들은 분노에 맞서 분노하는 시늉을 할 줄 알기에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사랑하는 시늉을 해서 사람들의 굄을 받으며, 행복한 모습을 연기할 줄 알기에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배우들은 이제 모든 직업에 침투하고 있다.
1980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된 것은 배우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고명한 사상이라든가 통치 능력 따위는 쓸모가 없어지고,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한 전문가들을 거느리고 카메라 앞에서 멋진 연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온 것이다.
사실, 현대의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들은 더 이상 정강(政綱) 정책에 따라서 후보를 선택하지 않는다[누구나 선거 공약이 종당엔 공약(空約)이 되고 말리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 현대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당과 정파의 지혜를 다 합쳐도 모자란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유권자들은 생김새와 미소, 음성, 옷맵시, 인터뷰할 때의 격식을 차리지 않는 태도, 재치 있는 언변 따위로 후보자를 선택한다.
직업의 모든 분야에서 배우 같은 사람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우위를 점해 가고 있다. 연기 잘하는 화가는 단색의 화폭을 갖다 놓고도 예술 작품이라고 설득할 수 있고, 연기력 좋은 가수는 시원찮은 목소리를 가지고도 그럴듯한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낸다. 한마디로, 배우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문제는, 이렇게 배우들이 우위를 차지하다 보니, 내용보다는 형식이 더 중요해지고 겉치레가 실속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말하는가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 말하는지, 말할 때 눈길을 어디에 두는지, 넥타이와 웃옷 호주머니에 꽂힌 장식 손수건이 잘 어울리는지 따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리하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시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토론에서 점차 배제되어 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거기에 있다.

No. 00008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2024/12/18

예전에 미국 중앙 정보부에서는 첩보요원이 될 사람들을 선발하기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중에는 아주 간단한 방법도 하나 있었다. 먼저 신문에 구인 광고를 낸다. 이 광고에는 시험을 본다거나 이러저러한 서류를 제출하라는 얘기가 없다. 개별적으로 추천서를 받아 오라거나 이력서를 내라는 요구조차 없다. 누구든 관심이 있으면 모일 아침 7시에 모처의 사무실로 오라고 되어 있을뿐이다. 그러고 나면 백여 명의 후보자들이 찾아와 대기실에서 함께 기다린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들을 데리러 오지 않는다. 다시 한시간이 흐른다. 참을성이 없는 후보자들은 기다림에 지쳐서, 사람을 오라 해놓고 이게 뭐하는 거냐고 투덜대면서 자리를 뜬다. 오후 1시쯤 되면 반수 이상이 문을 쾅 닫으며 가버린다. 오후 5시쯤이면 4분의 1 정도만 남게 된다. 마침내 자정이 된다. 그때까지 버티고 있는 사람은 한두명 뿐이다. 그들은 자동적으로 고용된다.

No. 00007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2024/12/14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 나오는 인어는 한 왕자를 열렬히 사모한 나머지 온전한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바다의 마법사가 준 묘약의 힘으로 물고기의 하반신을 잃는 대신 여자의 다리를 얻고, 왕자 앞에서 매혹적인 춤을 춘다. 비록 왕자와 결혼하는 데는 실패하지만, 그녀는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 덕에 불사의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된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우화이다. 인간은 무수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자신의 동물적인 조건을 넘어서서 더 높이 올라가려고 노력한다. 그럼으로써 결국에는 인간의 삶에 수직의 차원이 열린다.

No. 00006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2024/12/14

대체로 나의 체험에는 우연의 일치와도 같은 것이 작용하여, 거울로 된 복도처럼 하나의 영상은 무한히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었기에, 새로이 접하는 사물에도 과거에 보았던 사물의 모습이 확실히 비치었고, 이러한 유사성에 이끌려서 어느 틈엔가 복도 안쪽 한없이 깊숙한 곳에 있는 방 안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운명이라는 것에, 우리들은 갑자기 부딪히는 것이 아니다. 훗날 사형을 당하게 되는 사내는 평소에 다니던 길의 전봇대나 건널목에서도 , 끊임없이 사형대의 환상을 보기 때문에 그 환상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No. 00005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2024/12/11

"네가 나에게 어째서 말을 걸어오는가, 다 알고 있어. 미조구치라고 했지 너? 불구자끼리 친구가 되려는 것도 좋지만, 너는 나에 비해서 자신이 말더듬이라는 점을,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너는 자신을 너무 소중히 여기고 있어. 그렇기에 네 자신은 물론, 자신의 말더듬 증세도 지나치게 소중히 여기고 있는 거 아니냐?"

No. 00004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2024/12/11

물은 진화를 거부하는 태고적 자아가 숨쉬고 있는 곳이다. … 만물은 거기서 기원했으며 사멸한 후 만물은 다시 그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물-어둠에 잠기는 것은 역사 현실을 잠정적으로 폐기하고 창조 이전의 상태, 원초적 완전함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띄게 된다.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수련자는 물-어둠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허위와 속임수와 껍데기 뿐인 욕망과 이 불면의 나이를 벗어" 버리고 비전을 전수받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가의 소설 곳곳애서 비나 눈, 안개같은 액체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비에 뭉개진 밤풍경" 이나 "안개의 늪" 에서 벌어진다. 모든 사건의 배경엔 자욱한 물이 자리하고 있어서 맑게 갠 대낮엔 상상하기 힘든 일탈행위 (예컨대 만난지 몇시간 안된 남녀가 별 어색함 없이 잠자리에 드는)를 서슴없이 저지르게 만드는 것이다.

No. 00003
은어낚시통신/해설/존재의 시원으로의 회귀
2024/12/05

해파리를 관찰하며 느끼는 회의감은 아마도 해파리라는 생명체의 존재 방식이 인간이 익숙한 '목적'이나 '의미'와는 너무도 달라 보이기 때문일 거예요. 해파리는 매우 단순한 신경계를 가지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목적의식' 없이 물속을 부유하며 존재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고, 수억 년 동안 그 생명 형태를 유지해왔습니다.
그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돌아와 묻게 됩니다. 인간은 복잡한 사고와 문화, 사회를 만들었지만, 본질적으로 우리의 존재가 해파리와 얼마나 다른가요? 인간 역시 거대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그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하나의 점에 불과할 수 있죠.
특히 "생명"이라는 것이 단순히 존재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의미들이 허상일 뿐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거죠. 해파리의 단순한 존재가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거울처럼 느껴지는 이유일 겁니다.
어쩌면 해파리의 모습은 삶의 근원적인 사실을 암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생명은 굳이 거대한 목적이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인간은 그 단순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기에, 이런 회의와 혼란을 느끼는 건 아닐까요?

No. 00002
Chatgpt
2024/12/03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게 아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지금 이 모든 상황은 언제든 없어질 수 있고 날 떠날 수 있다. 심지어 내 육신, 젊음, 아름다움, 건강 까지도 내 것이 아니고 잠시 스쳐가는 가을 낙엽 색깔같은 것이라는 점을 알고 언제든 없어지더라도 원래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너지거나 힘들어하거나 그러면 안된다.

No. 00001
??????
2024/12/02